파이썬 웹 개발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programming

by saintdragon2


Posted on April 28, 2020, 11:23 a.m.


요새는 퇴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쓰면서 보낸다. 마감은 3월까지였는데 어찌하다보니 4월 막판까지도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이제 2개 혹은 3개 챕터가 남았고, 5월 연휴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챕터가 2개인지 3개인지 헷갈려하는 이유는 마무리 챕터를 하나로 할지 둘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그렇다.

생각보다 책을 쓰는 과정은 길고도 힘든 길이었다.

내가 쓰는 책은 각 챕터가 독립적인 책이 아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면 나의 개인 웹사이트가 생기는 컨셉이다. 그렇다보니, 앞에서부터 뒤까지 쭉 연결되어 있어서, 챕터 10 정도를 쓰고 있다가 '아! 왜 5장에서 이 부분을 안 썼지?'가 되면 굉장히 곤란하다. 만약에 5장에서 블로그 오른쪽 상단에 빨간 버튼을 만들어야 하는데 깜빡했다면, 다시 5장으로 돌아가서 빨간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개발되고 있는 웹사이트 캡쳐화면이 들어가고, 소스코드도 들어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캡쳐화면과 소스코드를 모두 바꿔야 한다. 그림과 소스코드가 바뀌면 이에 따라 설명도 달라져야 한다. 처음에는 다 지우고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쓰기 시작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두번 엎고 나서는 '나중에 다시 쓰더라도 일단 끝까지 쓰고 나서 생각하자'로 바뀌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영원히 끝까지 못쓰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야매로 배웠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함도 있다. 평생에 정식으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은거라곤 학부때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 두개뿐이다. 솔직히 컴퓨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리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단지,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잡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업무 자동화를 했고,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파이콘에서 발표를 했다. 그 결과 온라인 교육 사이트은 인프런에서 연락이 와서 강의를 두개 만들었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을 쓰게 되었다. 정식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기에 이론적인 배경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내가 책에 써놓은 설명이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론적으로는 잘못된 비유나 설명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 파이썬이나 프로그래밍, 웹에 대해 이해가 많은 사람이 보기에 책이 엉터리라고 느낄테고, 그에 대한 비난은 나와 내 책, 그리고 출판사를 향할지 모른다.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이 적은 사람은 처음부터 잘못된 지식을 쌓게 될 수도 있으니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자동차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이 악셀을 밟으면 엔진에 연료를 더 많이 분사해서 엔진이 빨리 돌아서 가속이 된다고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오른쪽에 있는 페달이 악셀이고요, 더 빨리 가려면 더 깊이 누르셔야 하고, 천천히 가려면 발을 점점 떼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피차 편하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주는건 분명 다른 이야기니까 이에 대한 부담을 피하면 안된다.

퇴근을 했을 때, 책 쓰기 이외의 행동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운동을 한다던지, 피아노를 친다던지, 게임을 만들고 논다던지, 취미가 많았는데, 이런 놀이들을 하기가 어렵다. 집필 초기에는 여유가 있다고 착각하고 운동도 하고 피아노 레슨도 받고 이런저런 행동들을 많이 했다. 이게 감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코로나 덕에 운동과 피아노 학원 모두 가지 않고 집에만 있게되니 집필 속도가 빨라지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날씨도 좋아져서 밖에 나가서 놀고 싶으니 빨리 책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책은 꼭 마무리 해서 서점에 꽂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출판사에 탈고도 하지 않았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서점을 만나면 꼭 컴퓨터 섹션에 가서 Do It 시리즈를 훑어본다. 내 책이 나왔나 하고... 컴퓨터 기술서적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만 쓰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책을 쓰고 있다. 내 자신이 대견한데, 이게 출판이 되고 나서도 대견하게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다. 욕하는 사람들이 많을까봐. 그래도 '저자'가 되는 것이니 다 쓰고 나면 친구들과 파티라도 해야겠다.


#programming #life #dj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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